책은 한 번만 읽어서는 잘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쓰는 작가가 많은 시간 동안 고민해서 내놓은 300~400페이지의 결과를 단 두세 시간 정도의 독서로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이 아닐까.
사실 이런 생각을 깊게 한 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는 언젠가 어떤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것 같다.
선생님이 어떤 책을 읽어 오라고 하자, 학생이 이 책 어릴 때 이미 읽었던 건데요
라고 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너희가 달라졌잖아, 읽는 사람이 달라지면 글도 다르게 보일 거야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그때는 새로운 시각이어서 그냥 신기하다 정도였는데. 이번 책을 읽고는 확실하게 느꼈던 것 같다.
처음 어린 왕자
를 읽은 것은 초등학생 때다. 그때는 어린 왕자라는 동화 같은 이미지에 읽었었던 것 같다. 무슨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어린 왕자의 가장 유명한 이야기인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이야기만 조금 기억에 남아있다.
두번째로 이 책을 읽은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다. 통신근무를 서며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여러 책을 읽던 와중, 그렇게 명작이라는 어린 왕자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봤는데, 초등학생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기억만이 남아있어 한 번 더 읽어보기로 했다. 솔직히 그때는 허영심에 빠져 읽었던 것 같다.
명작이라니까 한번 읽어볼까,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 하고 읽었지만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초등학생때 보아 뱀 이야기가 더 느낀 점이 많으라면 많았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이번에 이 책을 통해 다시 어린왕자를 접했다.
최근에는 어떤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많은 책들을 접하고 있다. 너 진짜 똑똑하다
는 채널이다. 진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 주고,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책을 내용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채널에서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영상(책)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
이나,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등 다양한 책들로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중 이 책을 접했다. 이 책은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와 그 주변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어린왕자 속의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대체 관계
란 무엇인지, 길들인다
는 어떤 의미인지를 잘 풀어서, 굳이 내가 찾아보지 않아도 될 만큼 자세히 설명해준다.
다양한 책들을 보지만 결국 이 책들은 전부 어떻게 인간관계를 잘해나갈 것인가
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고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당연하겠지만, 이때까지 보았던 많은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등 많은 작품이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많은 매체에서 보여주고, 많은 책이 내게 관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해주는데도 나는 솔직히 이 인간관계에 좀 부정적이었다.
23년, 별로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너무 사람들의 안 좋은 면을 많이 본 것 같다. 뉴스에서 떠드는 이야기들, 커뮤니티에서 생기는 사건/사고들, 회사, 대학을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 아직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고, 만나야 하는데 벌써 난 인간관계에 지친 것 같다. 윗사람에 맞춰서 대화하거나, 아랫사람에게는 조심해서 대화하고, 가식으로밖에 이루어지지 않는 대화, 이외의 여러모로 진실하지 못한, 표면만이 있는 관계에 지쳐버린 것 같다. 사람을 믿기에는 사회는 너무 무섭고, 내 진실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린 왕자에서 말하는 진실한 친구
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삶에도 의욕을 잃었었다. 날마다 반복뿐인 삶을 살아가는 내 미래를 그려보니 정말 암울했다. 사회의 부품,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톱니바퀴가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해서 무슨 의미로 살아가는지.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약간의 희망이 생겼다. 이런 진실한 친구
의 부재 때문에 많이 방황한 것 같다. 진실한 친구
를 통해서 내 삶을 확장하고, 의미가 없던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더 넓게 세상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직은 이렇게 길들여진 친구
는 없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있다는 것이 내게 살아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