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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을 돌아보며

시유후 2025. 5. 16. 00:23

오늘은 나름대로의 깨달음? 을 얻은것 같다.

 

  나는 어릴때부터 애매하게 잘하는 아이였다. 어딜가도 중간이상은 무조건하지만 그 이상이 안되는 아이. 나는 항상 30등은 해도 1등은 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에서도,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심지어 대학을 와서도. 고등학교때까진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공부가 재밌기도 했지만 별생각없이 살아서, 수학 학원 강사를 하던 엄마도 항상 나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것 같은데..."

 

하지만 나에겐 그 조금이 부족했다. 항상.

 

  그러다가 대학을 오니 한 친구를 만났다. 이상할 정도로 매사에 열심히고 빛나는 인생을 사는 친구였다. 언제나 처럼 처음에는 둘이 비슷했다. 아니 조금은 내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한달 두달이 지나고 스터디를 하면서 다시 모였을땐, 내가 힘들었던 문제를 친구는 체계적으로 풀고있었다. 그때라도 깨달았어야.

 

  사실 대학에와서는 너무 즐거웠다. 밤새서 코딩을 하는것도 재미있었고. 1학년때는 12시 전에 기숙사에 들어가는 일이 별로 없었던것 같다. 그만큼 즐거웠기 때문에 그 때 눈치를 챘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대학이 졸업할 때 즈음이 되니, 나와 친구의 지식의 격차는 많이 벌어졌다. CS지식이라던가 방법론이라던가. 나도 나름 공부를 했다고 했지만, 지금 보니 겉핥기 식이라고 느껴진다. 

 

  오늘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을 해보니, 내 생각에는 난 직관이 뛰어난 편이다. 누군가 '직관' 이라는 말은 '게으름'을 예쁘게 포장한거라고 한것 같긴한데, 맞는 말인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살면서 체계적으로 뭔가 공부를 해본적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어릴때부터 국어, 영어, 수학, 물리... 내가 잘할 수 있는 과목은 직관으로 해결이 되는 부분이 어느정도 있는 부분이었다. 사회, 과학 중에서도 특히 지구과학 등 뭔가 외우고 하는것들은 싫어했다. 영어도 물론, 단어를 열심히 외우지 않고 그 주변을 보면서 감으로 풀었다.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이다. 백준이라는 알고리즘을 푸는 문제도 1학년때부터 DP가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자료구조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시간을 쏟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풀리곤 했다. 정말로 사상누각이란 말이 어울린다. 그냥 대충 주워들은걸 가지고 몇번 보고 아 되네, 이런구조겠거니 하면서 대충 하면 해결이 되기도하고. 

 

  특히 대학교 수준의 개발에서는 이 능력이 도움이 되었다. 무슨 기능을 개발해도 다양한 사용자의 입력이 없으니까 예외같은건 무시해도, 교수님들도 기능 구현만 되면 상관 있는가 식으로. 

 

  하지만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항상 직관으로 해결을 해왔기에 불안함이 가득이었다. 왜 불안한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한두번의 검증의 시간. 이런걸 해보자, 저런걸 해보자는 팀장님의 말에 여러개를 시도하다보니, '아 내가 체계가 너무 없었구나' 라는걸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팀장님이랑 저녁을 먹으면서 여러대화를 하면서 팀장님이 내 목표에 대해 물어보자, 당황스러웠다.

 

  팀장님이 질문을 할때는 항상 "왜?"가 붙었다. 단순히 그냥 기획, UX디자인이 좋다. 그걸 하고 싶다. 로는 나도 팀장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제서야 내가 왜 그걸 좋아하게 됬더라, 아 내가 기획할때는 항상 즐겁고 재밌었고, 사용자들이 내 서비스를 사용한다는것이 너무 행복했고. 내가 그러니까 프론트엔드를 왔고, 프론트엔드 중에서도 특히 사용자 경험이나, 기획 파트가 더 재밌었구나. 라는걸 생각하게 되었다.

 

  좋다 그럼 그것까지도 생각이 났고, 그래서 내가 개발의 기술보다는 좀 더 편리하게 개발을 할 수 있는걸 찾아본다. 라고 하니 그럼 최근 claude의 시스템 프롬프트에 대해서 얼마나 아냐, 라고 물어봤을때, 당황했다. 내가 그동안 기술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서 보던 글마저도 목적이 없이 그냥 훑어만 봤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팀장님은 세계 최고가 되자라는 다짐을 가지고 가보자 라고 했다. 내가 과연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렇게 어설픈데 그냥 한다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까? 나에게 뭐가 없지? 라고 생각을 하니,  체계가 없었다. 왜 체계가 없을까 고민하니, 내가 너무 감각적으로 지식을 쌓아올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어느질문을 받아도 어설펐고. 바탕이 되는 이론적 중심이 없으니 흔들렸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게 통할지 몰라도, 위쪽 프로의 세계에선 달랐다. 결국 직관도 철저한 이론이 바탕이 되어야 그게 효과를 발한다. 

 

  그렇다. 이렇게 고민을 해봐도 역시 난 UX디자인, 기획이 하고싶다. 많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그 과정이 제일 즐거웠고, 어떻게 사용자가 사용할지 고민하는게 좋았고, 다만 그 바탕이 되는 이론이 없었고, 체계가 없었다. 그냥 브레인스토밍을 하는것에서 멈췄다. 어중이 떠중이로 살기엔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도 않다. 항상 불안했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은 분명 나와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이 과정을 거쳐서 체계를 갖고 나간 사람도 많을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 내가 나가야할 방향은 어딜까. 어떻게 체계를 잡아야하나. 등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것이 우선일까. 잘 모르지만 최소한 그게 틀리지는 않을것 같다.